
CHULSOO'S WORLD
열람 주의
이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이 상상했던 공연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무대에서 말하지 않았던 저의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작품의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이전과 같은 눈으로 공연을 바라보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OUNGGAM 08 · 바리
← 전체 목차제 05장
음악으로 만든 시간
바리데기 설화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그 경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호윤과 나를 인간 세상 바깥의 존재로 설정했다.
우리는 악사였지만 무대에 보일 듯 말 듯 등장하며 바리의 삶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우리의 음악은 그 삶이 흘러가는 시간과 조건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운명이나 카르마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우리의 음악 속에서 바리의 춤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음악이 그녀의 몸짓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느린 음악에 느리게 움직일 수도 있지만 빠르게 움직일 수도 있다. 음악이 격렬해지는 순간 춤도 격렬해질 수 있지만, 오히려 정지할 수도 있다.
음악은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바리의 선택이다.
나는 음악과 무용이 반드시 같은 속도와 감정으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음악을 구성하는 방식에도 이어졌다.
여덟 곡은 각각 독립된 음악이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룬다. 네 번째 곡을 중요한 축으로 두고, 전반과 후반이 서로 대응하도록 구성했다.
첫 번째 곡과 마지막 곡에는 남해안별신굿의 청신악 선율을 사용했다. 특히 첫 곡에 사용한 좌종의 소리를 뒤집어 마지막 곡에서 다시 사용했다.
시작의 소리가 끝에서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3번과 5번 곡에서는 서로 다른 템포와 시작점을 가진 신디사이저 선율을 중첩했다.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는 소리들은 어긋나기도 하고 우연히 겹치기도 한다.
무대에서는 젊은 바리와 노년의 바리가 함께 존재하고, 음악에서는 서로 다른 시간이 동시에 흐른다.
반복과 대칭, 역행과 중첩.
그것은 단순한 작곡 기법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삶의 모습을 음악으로 구성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