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ULSOO'S WORLD
열람 주의
이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이 상상했던 공연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무대에서 말하지 않았던 저의 생각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이 작품의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알고 나면, 이전과 같은 눈으로 공연을 바라보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입장하시겠습니까?
YOUNGGAM 11 · 삼색
← 전체 목차제 03장
세 개의 이야기
공연 사이에 세 개의 이야기를 넣었다.
음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내게는 이 공연을 만들게 된 생각과 연결되는 이야기들이다.
형들
황인규와 곽지웅은 말이 별로 없다.
처음부터 그게 참 불편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내가 뭔가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나와 있는 시간이 즐겁지 않은 건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고 해서 그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도 불편하다.
나는 여전히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때로는 그 침묵이 답답하다.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 연주한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불편함을 해결하지 못했는데도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
나는 그들을 바꾸지 못했고, 그들도 나를 바꾸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 꼭 그 불편함이 사라져야만 할까?
잠자리
결혼하고 나서도 나는 누군가와 같은 침대에서 자는 것이 불편했다.
아이까지 생기면서 잠자리는 더 복잡해졌다.
결국 각자 편하게 잘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
나는 이 이야기가 우습다.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함께 자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니.
그렇다고 사랑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같이 산다는 것이 꼭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나는 지금의 잠자리가 좋다.
호윤
이호윤을 만나 함께 즉흥연주를 시작했을 때 나는 한 가지 이야기를 했다.
"너는 국악을 해. 나는 재즈를 할게. 서로 맞추려고 하지 말자."
그런데 막상 연주를 시작하니 서로 맞추고 있었다.
참 이상했다.
다르게 하자고 해놓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멈춰야 할까?
나는 오히려 그 순간이 재미있었다.
서로 다르게 존재한다고 해서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관계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